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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데기는 녹슬지 않는다>, 마리따

  • 작성자 사진: 계간 성홍
    계간 성홍
  • 2022년 12월 22일
  • 7분 분량




일생에 단 한 번 그런 사람이 찾아온다. 기척도 없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마음속으로 밀려오는 사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마음이 온통 그 사람이 전해온 물결로 가득하다. 지난 사랑의 그림자가 자꾸만 그 사람을 밀어내려 애쓰지만, 물결은 더 커다랗게 일렁이며 마음을 잠식한다. 성화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잔잔하지만 분명하게 온몸을 순환하며 구석구석 쌓인 사랑의 때를 정화한다.


파도는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했다. 뒤돌아보면 발자국은 어느새 지워지고 없었다. 끝끝내 삶은 헛되고, 헛되고 헛될 뿐. 모래밭에 놓인 고래의 뼈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헛될 수밖에 없기에 삶은 더 절실해야 하는 건 아닐지. 모래밭에 당신의 이름을 꾹꾹 눌러 써보았다. 사랑은 사라지려 할 때만 사랑 같았다.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진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보다. 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살구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곰돌이 인형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날 울게 만들었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모두 숨을 잃고 색을 잃기 바빴다.

나를 처음 웃게 했던 너는 나를 가장 많이 울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세상 속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총성 소리가 가득한 지옥 같은 나날 속, 사랑할수록 죄가 되는 날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말하지 않는 말속에만 꽃이 피어 있었다. 천천히 죽어갈 시간이 필요했다. 천천히 울 수 있는 사각이 필요했다. 품이 큰 옷 속에 잠겨 숨이 막힐 때까지, 무한한 백지 위에서 말을 잃을 때까지.


나는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날들, 지우고 오려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무릅쓰고 쓴다. 되풀이되는 나날들이라 오해할 만한 날들 속에서. 절망적인 시간을 지워나가다가 돌연히 우리 집, 남몰래 한 이불 속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난 늘 동화를 꿈꿔왔었어.”

“인어공주 같은?”


성화가 물었다.


“음…. 아니. 꼭 그런 거 말고 그냥, 너에게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에겐 늘 해피엔딩이 기다리기를 꿈꿨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누구와 누구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이런 것처럼.”


하지만 내 바람이었던 해피엔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서 여름을 배웠는데 알고 보니 겨울이었다. 어떤 봄에는 눈이 내렸고 어떤 겨울에는 꽃잎이 흩날렸다. 생은 그렇게 모순 그 자체였다. 가을이나 봄은 이미 몰락한 왕조처럼 지루했다. 우리는 우리의 몰락 앞에 유적이라 이름을 붙였다.




***




어른들이 말하길, 흔히 나는 이 세상에 문제 덩어리이자 괴물인 ‘화괴’라고 불린다고 했다.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때, 지금은 자그마하게 흔적만 남은 내 뿔에는 샛노란 달맞이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내가 걷는 자리에는 항상 달맞이꽃이 떨어져 있었고, 떨어진 달맞이꽃은 흔적도 없이 시들어 사라졌다. 나를 비롯한 화괴의 뿔은 사람을 치유하거나 행복하게 해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대뜸 부탁을 들어달라고 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언제부턴가는 나의 뿔이 영생의 뿔이라는 낭설이 퍼져 마을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등 곤란을 겪는 시절도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할 내용은 이것은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갈증과 번민, 인생에 비춘 가장 작고 소중한 별빛에 관한 이야기다. 나 스스로가 무서워질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머리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고, 몸이 일으키는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일은 인간도, 그 무엇도 아닌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리 자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화를 처음 만났던 건 아직 쌀쌀했던 고등학교 입학식 그날이었다. 숫기 없는 성격 탓에 주변 아이들과 서먹한 나와는 달리 너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다. 너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항상 웃고 있었다. 나와 단둘이서 대화하는 너도 계속 웃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속에 차오른 생각에 지레 놀라 공연히 침을 삼켰다.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이게 뭘까. 너와 더 친한 사이가 되고 싶었다. 너의 옆자리를 조금 더 차지하고 싶었다. 너의 일상에 내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었으면 좋겠다. 빈도와 정도의 차이 정도는 상관없으니 너도 날 가끔은 떠올렸으면 좋겠다.


한 번 물꼬를 튼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갔다. 솔직하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솔직하게 말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남들의 비난과 평가를 감수해야만 했고, 그것들에 의해 상처받지 않을 만한 대찬 심장도 지니고 있어야 했다. 어쩌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은 용기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널 위해 싫어하던 달리기를 밥 먹듯 했고, 네가 아침을 먹지 않은 날이면 없는 용돈을 탈탈 털어 빵과 우유를 건네주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너무 가볍지도 않은 친구 사이. 그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선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글쎄, 사랑이었을까. 사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게, 아름다운 것이긴 해도 대단히 비의적이고 숭고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네가 사랑인지 아닌지 숱하게 고민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나는 답을 얻었다. 아무런 결론도 짓지 않겠다는 답을 말이다. 평소처럼 밥을 먹다가 무심하게 얹어주는 반찬이며, 잠결에 나를 찾는 너의 손길이며, 집에 간다고 협박하면 내가 진짜 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속아주는 네가 좋았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네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했다. 손 조금 베인 것 가지고 사람 하나 죽은 것 같이 걱정해주는 너를 좋아했다. 당연하다는 듯 묻어있는 너의 다정함이 좋았다. 나의 긍정과 부정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네가, 다정함과 단호함의 양날을 가진 네가 좋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나는 우리가 사랑이어도, 아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네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진.




***




성화는 차디찬 길바닥에서 죽었다. 무엇이 너를 죽였을까. 나 같은 괴물을 처단한다는 억지 이유 하나로 날 잡으러 온 군인에게 반발하다 대신 죽었다고 했다.


네가 죽었을 때, 나는 옅은 색깔의 후회를 했다. 괴물이라는 이유 하나로 날 잡으러 온 군인의 총성과 함께 날 지키던 넌 화 하나 내지 않고 피 흘리며 쓰러졌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런 우리가 만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의 불행을 관조하다 조롱했다. 친인척 하나 없는 장례식에서 바라본 영정사진 속 너는 서글플 만큼 밝았다. 시간마다 몇 번씩 마음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사람들 앞에서 웃으려 애쓰다 보니 마음을 감추는 데에 익숙해졌다. 찾아온 누군가가 괜찮냐며 안부를 물으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말과 다르게 집으로 돌아오면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하염없이 낮과 밤이 지나갔다. 깊은 사랑은 나를 망가지게 하고, 얕은 사랑은 상대를 망가지게 한다. 어정쩡한 사랑은 모두에게 상처였으며, 거짓된 사랑은 남는 것이 없었다. 이 사랑이 독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독이 너무 달콤해서 삼켜버렸다. 이런 나는 과연 괴물이 아닌, 너와 같은 사람이길 원하는가.


발인을 진행하며 나는 너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지 않았다.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발설하지 않은 문장으로 너와 내가 오래오래 묶여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잊혀진 줄도 모른 채로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너와의 추억을 정리하려 다시 가보았던 푸른 빛을 뽐내는 동해 바닷가. 그날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하늘은 왜 그리도 슬펐는지, 멍하니 하늘을 품은 바다를 보고 끼룩거리는 갈매기들은 나 죽는 건 알려나, 싶었다. 숨통을 죄어오는 역겨움에 목을 매었던 그날, 내가 삼킨 눈물은 분수가 되어 역류했다. 사랑이 뭔지는 죽어도 몰랐던 나는 철없던 푸른빛 바다들과 역겹의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렇게 허공만 바라보다 문득 바다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같이 탁 트인 장소와 자유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주로 바다를 찾아간다. 하지만 바다에 가면 더 이상 앞으로 나갈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넌 왜 바다를 좋아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죽기 직전, 그 겨울날 네가 나에게 지나가듯 흘린 말이 생각났다.


“홍중아, 그거 알아? 바다에서 나는 냄새는 죽은 생물들이 내는 냄새래.”


그렇게 말하던 너의 삶은 푸르고 짠 냄새가 났다. 아마도 향은 저마다 특정한 기억을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애의 향이 그러했듯이.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향에 얼마나 많은 추억을 품게 될까. 또 얼마나 많은 향을 그리워하게 될까. 아니면 혹시 다시금 그 향에 추억을 이어 갈 수 있는 날이 찾아올까. 갈 곳을 잃은 생각들이 괜스레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마음들과 다르게 나는 그날 이후로 너무 푸른 것을 구분할 수 없었다.


모래 위에 무수히 찍힌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홀로 걸었다. 홀린 듯 걸어간 끝에 마주한 바닷가의 텅 빈 모래사장, 너의 사고 장소는 부산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다. 신은 날 가진 적도 없으며, 버린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기쁠 때면 신을 존경했으며, 일이 안 풀릴 때면 신을 원망했다. 나는 이제 신을 원망할 차례였다.


신은 내게 잔인했다.




***




너는 내가 눈에 자주 밟힌댔다. 혼자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에게 이끌렸다나. 난 너를 이끈 적이 없었기에 그런 말을 쉽게 뱉는 네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넌 나와 같은 대학에 진학한 게 너무 기쁘댔다. 내 옆에 다른 친구들이 생긴 게 퍽 질투가 난댔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넌 허구한 날 달려와서 나를 안는,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비 오는 날만 빼고. 겨울에는 손모아장갑을 꼭 끼고 왔다. 항상 다정함을 지니고 살았던 넌 장갑을 벗고는 내 손을 오랫동안 잡고 있다가 가곤 했다.


홀로 장례식을 치렀던 그날, 너의 친구라는 아이가 나에게 너의 편지 뭉텅이를 전해주었었다. 읽을 자신이 없어 책상 위에 두고 차마 펼쳐보질 못했는데. 나는 그중 집히는 편지를 하나 펼쳐 읽어보았다.


“네가 예전에 널 왜 좋아하냐고 물어봤었지? 사실 난 널 왜 좋아하냐는 말에 대답하기가 제일 어려워. 너란 사람 자체가 좋거든. 예쁜 말을 꾸며내어 대답해 줄 수도 있지만 정말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으니 어떤 답도 내게는 뭔가 부족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다 좋아’라는 시시한 대답밖에 못 하겠어.”


“나에게 보여주는 미소가 예뻐서 좋아. 여린데 씩씩한 게 좋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낯을 가리는 것도 좋아. 그렇게 설명하자면 끝도 없이 다 좋아.”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다. 너는 네가 나에게 얼마나 큰 사람이었는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이 항상 기쁨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사람이란 참 신기했다. 양떼구름처럼 밀려오는 다정함에 힘없이 휩쓸려버리니. 그리고 그만큼의 다정함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그리움은 항상 너보다 앞서갔었다. 오늘은 맑았다 쓰고, 오늘은 흐렸다 쓰고, 오늘은 바람이 불었다 쓰고, 오늘은 해당화가 붉었다고 썼다. 어떨 때 넌 참 단순하기도 했다. 내가 쓸데없이 그날의 날씨만 늘어놓는 줄 알았다. 내 마음의 일기가 어땠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너였다. 그런 줄만 알았던 너였는데 이렇게 날 향해 부치지 못한 편지의 내용에 내심 놀랐다. 또 다른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을지 궁금해 앞에 놓인 또 다른 편지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편지에는,


“네가 갑자기 무너질까 봐 이렇게 적어봐. 나는 결국 늘 현명한 선택을 하는 너를 믿어. 혹 현명한 선택이 아니면 또 어때, 네가 하는 선택이 곧 너를 위한 것일 텐데. 동굴 안에 네가 궁금하지만 기다리고 있을게.


하지만 곧 봄이 오고 사방에 꽃이 필 것이니 그 고민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랑 가장 어울리는 계절엔 너를 꼭 만나고 싶거든. 계절은 당연하다는 듯 늘 바뀌고, 삶은 너를 성숙하게 만들 거야. 꿈은 널 울게 만들겠지. 모든 건 곧 지나갈 거야. 사랑은 절대 죽지 않겠지. 너도 알잖아, 새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걸.


널 다시 볼 수 있길 바라. 부디 잘 견디고 나오길 바랄게. 널 주저앉게 하는 것들이 너의 날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배롱나무와 벚나무가 가득한 가로수길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네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면서 밤새 밀린 수다를 떨자. 나중에 또 이어서 편지 쓸게. 다음 편지도 꼭 읽어줘. 그리고 미안해.”


무한한 사랑을 담아 그대에게.


어느 적당하지 못했던 그날, 나는 편지의 뒷부분에 적힌, 네가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미안해.’ 단 세 글자에 풍랑을 만난 낡고 고장 난 돛단배처럼 무너진다. 사실 정말로 괜찮은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는 말을 입으로 말하면서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았던 적은 없었다. 내가 죽은 너를 안심시키려고 습관처럼 뱉던 괜찮다는 말은 항상 이렇게 탈이 나고 말았다. 이 세계의 서사는 더없이 비극적이었다.


이날 이후로 계절이 몇 번이 바뀌도록 다른 편지들을 펼쳐보지를 못했다. 이 편지를 다 읽으면 너를 지워야만 할 거 같아서, 그래서 다 펼쳐보지 못 한 편지들이 한가득하였다.


성화야. 네가 써 준 편지는 아직도 내 방 어딘가에 있어. 수많은 것들로 가려졌지만, 그때의 다정함이 숨 쉬고 있어. 이 문장에서 쉬고 가라는 듯 말하는 그 편지들을 버릴 수는 없었어. 그때의 네 마음을 버리는 것 같아 왠지 계속 간직해야 할 것만 같았어. 사실 그건 내 마음이라는 걸 알아. 네 마음에 대한 내 마음을 버리지도 못하고 꺼내 볼 용기도 없어서 그렇게 둔 거야. 버려져 있는 듯하다 보면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말이야. 나 참 간사하다. 그렇지?


앞으로도 꺼내 보지는 않을 거야. 어떤 방법으로든 용기가 생길 때 꺼내 볼게. 너의 마음과 문장 모두에서 이제 내가 쉴 곳은 없다는 걸 인정하는 날이 오면, 성화 네가 정말 내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면 그때 꼭 읽어볼게. 머나먼 내 미래의 모든 순간에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모든 날을 너와 함께했으면 싶어. 어떤 형태로든 네 곁에 있고 싶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네 마음이 쉬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그래도 만나면 꼭 날 사랑해줘. 고등학교 졸업식 때처럼 우리 같이 첫눈 보자.


바보야, 그때까지 나 없이도 거기서 잘 지낼 거지?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널 생각하며,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하며 맹세보다 가혹한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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